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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고수들의 공통점 (조급함, 낙찰가율, 시세감각)

by 살림업 2026. 4. 25.

낙찰을 많이 받은 사람이 경매 고수일까요. 저는 한동안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1년 넘게 스터디에서 경험 많은 분들을 가까이서 관찰하고 나서야 그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고수들의 공통점은 낙찰 횟수가 아닌 전혀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경매 고수들의 공통점
경매 고수들의 공통점

조급함을 버리면 보이는 것들

경매를 처음 시작했을 때 저는 물건이 눈에 들어오면 바로 분석에 들어갔습니다. 좋은 물건을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항상 머릿속에 있었거든요. 그런데 스터디에서 10년 넘게 경매를 해온 선배들을 보면서 처음으로 의문이 들었습니다. 왜 저분들은 저렇게 느긋할까.

경험 많은 분들은 입찰하지 않는 달이 있어도 전혀 불안해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달엔 마땅한 게 없네"라고 말하고 그냥 넘어갔어요. 한 선배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좋은 물건은 계속 나옵니다. 서두르면 기준이 무너져요." 저는 세 번 낙찰받고 나서야 그 말의 무게를 몸으로 느꼈습니다.

이 차이는 단순히 성격의 문제가 아닙니다. 데이터를 보면 이해가 됩니다. 법원경매정보에 따르면 매달 전국에서 진행되는 경매 물건은 수만 건에 달합니다(출처: 대법원 법원경매정보). 좋은 물건이 이번 달에 없으면 다음 달에 나옵니다. 조급함은 근거가 없는 감정이었던 겁니다.

고수들이 서두르지 않는 이유는 낙찰가율(落札價率) 개념을 몸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낙찰가율이란 감정평가액 대비 실제 낙찰가의 비율로, 이 수치가 높다는 건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 시세에 가깝게 낙찰됐다는 의미입니다. 낙찰가율이 90%를 넘어가면 경매의 메리트가 거의 사라집니다. 고수들은 그 숫자를 보고 조용히 물러납니다. 기준 이상으로 써서 낙찰받는 건 경매에서 진 거라고 표현하는 선배도 있었는데, 처음엔 이해가 안 됐지만 지금은 제가 가장 자주 되새기는 말이 됐습니다.

초보와 고수의 실질적인 차이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초보: 낙찰 횟수를 성공 지표로 본다
  • 고수: 기준 내 낙찰을 성공, 기준 초과 낙찰을 실패로 본다
  • 초보: 유찰되면 시간을 낭비했다고 느낀다
  • 고수: 유찰을 기준을 지킨 결과로 받아들인다

시세감각은 꾸준함에서 만들어진다

스터디에서 고수들이 물건을 볼 때 하는 말은 초보들과 확연히 달랐습니다. "입지가 좋아 보여요"가 아니라 "감정가 대비 실거래가가 몇 퍼센트고, 대출 70% 기준 자기 자본수익률(ROE)이 얼마 나오고, 공실 2개월 가정하면 수익률이 어떻게 됩니다"라는 식입니다.

여기서 자기 자본수익률이란 투자한 내 돈 대비 실제로 벌어들인 수익의 비율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1억짜리 물건을 대출 7천만 원 끼고 3천만 원으로 매입했을 때, 연 임대수익이 300만 원이면 자기 자본수익률은 10%가 됩니다. 이 수치가 막연한 "좋아 보인다"는 인상보다 훨씬 정확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제가 이 습관을 따라 하기 시작한 건 두 번째 물건을 분석하면서부터입니다. 처음엔 숫자를 먼저 꺼내는 게 어색했는데, 지금은 숫자 없이 물건 얘기를 하는 게 더 불편합니다. 판단의 근거가 바뀌면 불안감도 줄어든다는 걸 직접 경험했습니다.

꾸준히 물건을 보는 것도 이 맥락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한 선배는 10년 동안 매주 경매 물건을 빠지지 않고 확인한다고 했습니다. 입찰하지 않는 주도 많고, 몇 달씩 쉬는 기간도 있지만 물건 보는 것 자체를 멈추지는 않는다고요. 이유는 단순합니다. 꾸준히 보면 특정 지역의 시세 흐름이 머릿속에 축적되고, 그 축적된 데이터가 적정 입찰가 산정을 정교하게 만든다는 겁니다.

이를 임장(臨場) 데이터 축적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임장이란 투자 후보 물건이 위치한 현장에 직접 방문하여 주변 환경, 교통, 상권 등을 확인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임장을 꾸준히 반복하면 해당 지역의 가격 감각이 체득됩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도 지역별 시세 흐름을 확인할 수 있지만(출처: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직접 발품을 파는 것과 화면으로만 보는 것 사이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고 느낍니다.

자기 기준을 갖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스터디에서 여러 명이 좋다고 해도 본인 기준에 맞지 않으면 입찰하지 않고, 모두가 별로라고 해도 기준에 맞으면 조용히 써서 낙찰받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처음엔 고집처럼 보였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기준 없이 여론을 따라가면 시장이 과열될 때 같이 흥분하고 시장이 식을 때 같이 겁을 먹게 됩니다. 고수들이 흔들리지 않는 건 성격이 강해서가 아니라 근거가 있는 기준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고수들을 오래 관찰하면서 든 생각은 이렇습니다. 경매는 결국 얼마나 오래, 얼마나 기준을 지키며 버텼는가의 싸움이라는 것. 화려한 비법 같은 건 없었고, 평범한 습관들이 수년에 걸쳐 쌓인 것이 지금의 모습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 세 번째 물건을 관리하면서 네 번째를 서두르지 않고 있습니다. 관리 체계가 갖춰지기 전에 먼저 늘리지 않겠다는 기준, 이게 제가 선배들에게 배운 가장 실용적인 교훈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관찰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경매 투자는 반드시 개인의 재무 상황과 리스크 허용 범위를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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