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나서 뭔가를 해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막상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시간이 있습니다. 유튜브를 틀어놓고 멍하니 있다가 자정이 넘어 잠드는 루틴.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경매 공부를 시작하고 나서 그 시간의 성격이 바뀌었고, 이상하게도 직장에서의 태도까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월급을 보는 눈이 달라졌을 때
일반적으로 경매 공부는 투자 기술을 배우는 과정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낙찰가율을 분석하고, 권리분석을 익히고, 수익률을 계산하는 것.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경매 공부는 돈의 구조를 다시 보게 만드는 공부입니다.
여기서 낙찰가율이란 경매에서 감정가 대비 실제 낙찰된 금액의 비율을 의미합니다. 이 수치가 높으면 경쟁이 치열하다는 뜻이고, 낮으면 유찰이 반복됐다는 신호입니다. 경매를 공부하면서 이 숫자를 매주 들여다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비율'과 '맥락'으로 숫자를 읽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이게 직장에서 어떻게 연결됐냐면, 회의에서 "이번 분기 매출이 8% 올랐습니다"라는 말이 나왔을 때 예전엔 그냥 좋은 얘기로 넘겼는데, 지금은 자동으로 절대 금액을 환산해 보고 전 분기 대비 추이를 따져보게 됩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경매 숫자를 다루는 훈련이 직장 업무의 수치 감각에 영향을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또 하나 달라진 게 월급을 바라보는 방식입니다. 첫 번째 물건에서 월세가 들어오기 시작한 달, 마침 월급도 같은 날 입금됐습니다. 두 수입이 나란히 통장에 찍혀 있는 걸 보면서 뭔가 선명하게 구분됐습니다. 월급은 제가 시간을 투입해서 받는 노동소득이고, 월세는 자산이 만들어낸 자본소득입니다. 여기서 자본소득이란 노동을 직접 투입하지 않아도 보유한 자산이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수입 흐름을 말합니다. 같은 금액이어도 그 성격이 다릅니다.
이 구분이 생기고 나서, 월급을 어떻게 쓸지가 아니라 월급으로 어떤 구조를 만들지를 먼저 생각하게 됐습니다. 종잣돈이 물건을 만들고, 물건이 월세를 만들고, 월세 일부가 다시 종잣돈을 쌓는 순환. 이 구조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월급 인상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는 게 아니라 병행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근로소득만 보유한 가구의 자산 증가 속도는 자본소득이 있는 가구에 비해 현저히 느린 것으로 나타납니다(출처: 통계청). 제가 경험으로 느낀 것을 숫자로 확인한 셈이었습니다.
경매 공부가 월급을 보는 시각을 어떻게 바꾸는지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월급을 소비 재원이 아닌 종잣돈 축적 수단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 수치를 비율과 맥락으로 해석하는 습관이 생깁니다
- 노동소득과 자본소득의 구조적 차이를 체감하게 됩니다
- 단기 인상보다 병행 수입 구조 설계에 관심이 생깁니다
리스크를 먼저 보는 습관이 생겼을 때
경매 공부를 시작하면 권리분석부터 배웁니다. 여기서 권리분석이란 해당 부동산에 설정된 근저당, 가압류, 선순위 임차인 등의 권리 관계를 파악하여 낙찰 후 내가 책임져야 할 범위를 확인하는 작업을 말합니다. 이걸 제대로 못하면 낙찰을 받고도 예상치 못한 비용을 떠안게 됩니다. 실제로 경매 초보자들이 가장 많이 손실을 보는 지점이 바로 권리분석 실수입니다.
이 작업을 반복하다 보니 어떤 상황이든 '잘못됐을 때 어떻게 되는가'를 먼저 따져보는 사고방식이 자리 잡혔습니다. 공실 리스크(임차인이 없어 월세 수입이 끊기는 상황), 금리 리스크(대출 이자 부담이 높아지는 상황), 환금성 리스크(필요할 때 빠르게 팔 수 없는 상황). 각각의 리스크를 미리 상정하고 대응 방안을 준비해 두는 것이 경매에서는 기본입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이 사고방식이 직장 업무에도 그대로 전이됐습니다. 프로젝트 계획을 세울 때 "이 계획이 잘못될 수 있는 경우가 뭔지"를 먼저 목록화하고, 각 상황에 대한 대응 방안을 미리 정리해 두는 식입니다. 팀원들이 "왜 안 좋은 경우를 먼저 생각하냐"라고 물을 때도 있었는데, 리스크 헤지(hedge) 개념으로 설명했습니다. 리스크 헤지란 손실 가능성을 미리 분산하거나 상쇄하여 전체 피해를 줄이는 전략을 뜻합니다. 경매에서 자연스럽게 몸에 익힌 개념이 직장에서도 유용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장기 시각입니다. 경매로 물건을 보유하면서 단기 시세보다 장기 보유 가치를 보는 시각이 생겼습니다. 이게 커리어에도 적용됐습니다. 이번 평가가 아니라 3년 후 제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를 먼저 생각하고, 거기서 역산해서 지금 뭘 해야 하는지를 보게 됩니다. 솔직히 직장 생활 자체가 즐거워진 건 아닙니다. 그런데 직장을 보는 방식이 달라지니 직장에서의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한국금융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직장 외 부수 수입이 있는 근로자는 그렇지 않은 근로자에 비해 직무 스트레스 지수가 평균적으로 낮게 나타났습니다(출처: 한국금융연구원). 월세 수입이 직장 불안감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적은 금액이어도 직장이 유일한 수입원이 아니라는 사실 자체가 심리적 여유를 만들고, 여유가 생기면 판단이 더 명확해진다는 걸 제 경험상 이건 분명히 맞습니다.
직장 외 수입 구조와 직장 태도의 관계는 경매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는 연결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두 가지는 별개의 영역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 두 가지는 서로를 지탱하는 구조입니다. 직장이 있어야 종잣돈이 생기고, 종잣돈이 있어야 물건을 살 수 있고, 물건에서 수입이 생기면 직장에 덜 의존하게 되고, 덜 의존할수록 직장에서 더 여유롭게 일하게 됩니다.
경매 공부가 직장을 완전히 바꾼 건 아닙니다. 직장 스트레스도 그대로 있고, 인간관계 어려움도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달라진 건 그 안에서 흔들리는 정도입니다. 만약 지금 퇴근 후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 중이라면, 경매 공부를 한번 들여다보시길 권합니다. 투자 기술을 익히는 것과 동시에 생각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경매 투자는 개인 상황에 따라 결과가 다를 수 있으므로 충분한 공부와 전문가 상담을 통해 판단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