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 실패를 반영해서 이번엔 계산을 정교하게 다듬었습니다. 시세 1억 7,500만 원, 낙찰가율 평균 90.2%, 상한선 1억 5,350만 원. 최종 입찰가 1억 5,300만 원을 썼습니다. 결과는 280만 원 차이로 또 유찰이었습니다. 850만 원 차이였던 지난번보다 570만 원이나 좁혀졌지만, 낙찰은 여전히 다른 사람 몫이었습니다. 법원 게시판에서 결과를 확인하고 나오면서 허탈함보다는 묘한 확신이 들었습니다. 제 계산이 틀린 게 아니라, 낙찰자가 같은 물건을 저보다 높게 가치 평가한 거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입찰가 산정: 시세와 낙찰가율을 동시에 잡다
이번 물건은 수도권 2호선 역 도보 6분 거리 소형 아파트였습니다. 유찰 1회, 최저가 1억 3,440만 원, 감정가 1억 6,800만 원. 권리분석은 깔끔했고, 임장도 완료한 상태였습니다. 문제는 입찰가를 얼마로 쓸 것인가였습니다.
시세부터 다시 확인했습니다. 같은 단지 최근 3개월 실거래가는 1억 7,200만 원과 1억 7,800만 원 두 건이었습니다. 6개월로 넓히면 1억 6,500만 원짜리도 있었고요. 추세가 올라가고 있다는 게 명확했습니다. 여기서 시세란 단순히 평균값이 아니라, 현재 시점에서 해당 물건이 실제 거래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가격대를 의미합니다. 저는 최근 거래가 더 높았다는 점을 반영해서 시세를 1억 7,500만 원으로 잡았습니다.
다음은 경쟁 강도였습니다. 이 지역 유찰 1회 소형 아파트 최근 낙찰 사례를 다섯 건 찾아봤습니다. 낙찰가율이 88%, 91%, 89%, 93%, 90%였습니다. 평균 90.2%예요. 여기서 낙찰가율이란 감정가 대비 실제 낙찰가의 비율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이 지역에서는 감정가의 90% 선에서 경쟁이 마무리된다는 뜻이었습니다(출처: 법원경매정보).
감정가 1억 6,800만 원 기준으로 90% 적용하면 1억 5,120만 원, 93% 적용하면 1억 5,624만 원이었습니다. 이 범위 안에서 입찰가를 정해야 했습니다. 상한선은 시세 1억 7,500만 원의 90%인 1억 5,750만 원에서 취득세와 등기비용 약 400만 원을 뺀 1억 5,350만 원으로 잡았습니다.
76편 때와 상한선이 비슷하게 나왔는데, 이번엔 달랐습니다. 이 금액 근처까지 쓰기로 결정한 거예요. 최종 입찰가는 1억 5,300만 원. 상한선에서 50만 원만 낮췄습니다. 딱 떨어지는 숫자를 피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경쟁자가 1억 5,000만 원이나 1억 5,200만 원처럼 깔끔한 숫자를 쓸 가능성이 있었으니까요.
280만원 차이가 말해주는 것
개찰 결과는 1억 5,580만 원이었습니다. 저는 1억 5,300만 원을 썼으니 280만 원 차이였습니다. 76편 때 850만 원 차이였던 걸 생각하면 570만 원이나 좁혀진 거예요. 계산이 정교해지고 있다는 신호였습니다.
낙찰가 1억 5,580만 원으로 받았다면 어땠을까 계산해 봤습니다. 취득세와 등기비용 포함 총 취득 비용은 약 1억 6,000만 원. 대출 70% 가정 시 자기 자본은 약 4,800만 원입니다. 월세 55만 원 기준으로 실수익률을 계산하면 약 4.2%가 나왔습니다. 여기서 실수익률(ROI, Return on Investment)이란 투입한 자본 대비 실제로 손에 쥐는 수익의 비율을 말합니다. 제 기준인 4.5%에 못 미치는 수치였습니다.
이 결과를 보고 나니 유찰이 꼭 나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낙찰받았어도 제 기준에서는 살짝 아쉬운 물건이었을 수 있다는 거죠. 기준을 지키려면 어쩔 수 없이 놓치는 물건이 생깁니다. 그게 기준을 지키는 비용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세 번의 입찰을 숫자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첫 번째 입찰: 기준 없이 감으로 금액을 썼고, 3등으로 유찰
- 두 번째 입찰: 기준이 생겼지만 계산이 부정확했고, 850만 원 차이로 유찰
- 세 번째 입찰: 계산을 개선했고, 280만 원 차이로 유찰
숫자가 계속 줄고 있었습니다. 낙찰은 못 받았지만 입찰가 산정 능력은 분명히 나아지고 있다는 증거였습니다.
기준을 지키는 게임: 경매에서 배운 것
첫 번째 유찰 때는 당황했고, 두 번째 유찰 때는 아쉬웠습니다. 세 번째 유찰인 지금은 달랐습니다. 계산이 맞았어요. 시세도 제대로 잡았고, 경쟁 강도도 현실적으로 반영했고, 상한선 근처까지 썼습니다. 그런데도 낙찰자가 더 높게 썼습니다.
이건 제 계산이 틀린 게 아니었습니다. 낙찰자가 같은 물건을 저보다 높게 가치 평가한 거예요. 또는 낙찰자의 자금 여력이 저보다 커서 더 높은 가격을 허용할 수 있었던 거고요. 이걸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기준 안에서 최선을 다해 입찰했고, 그 기준을 지킨 거니까요.
경매는 개별 입찰의 승패가 아니라 기준을 얼마나 지키느냐의 게임이라는 걸, 세 번의 경험이 조금씩 몸에 새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부동산 경매 시장에서 초보 입찰자의 평균 낙찰 성공률은 약 15~20% 수준입니다(출처: 캠코). 즉 다섯 번 입찰하면 한 번 정도 낙찰받는 게 정상이라는 뜻입니다.
세 번 유찰했다고 해서 제가 못하는 게 아니었어요. 그저 확률의 게임을 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네 번째 입찰에서는 더 좁혀지거나 낙찰될 거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두려움이 아니라 기대감이었습니다.
세 번의 연속 유찰을 겪으면서 정리된 것들이 있습니다. 계산이 맞아도 낙찰자가 더 높게 가치 평가하면 유찰됩니다. 이건 제 실수가 아니에요. 유찰 차이가 850만 원에서 280만 원으로 줄었다는 건 계산이 나아지고 있다는 신호였습니다. 기준 이상으로 쓰지 않으면 놓치는 물건이 생기는데, 그게 기준을 지키는 비용이었습니다. 경매는 개별 입찰의 승패가 아니라 기준을 지키는 확률 게임이었습니다. 연속 유찰이 두렵지 않아진 순간, 오히려 다음 입찰이 기대됐습니다.
280만 원 차이. 다음엔 그 차이가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 더 줄어들거나, 아니면 드디어 낙찰이 될 거예요. 법원 경매 현장을 나서면서 이미 다음 물건을 검색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경험이 다음 입찰가 산정에 어떻게 반영될지, 벌써부터 계산이 시작됐습니다.
참고: 법원경매정보 https://www.courtauction.go.kr
한국자산관리공사 https://www.kamc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