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을 늘리고 싶다면서 지금 내 자산이 얼마인지 모르는 게 말이 될까요? 저는 경매 물건이 세 개가 될 때까지 그 상태로 있었습니다. 스터디 선배에게 "순자산이 얼마예요?"라는 질문을 받고 나서야 처음으로 앉아서 계산을 했습니다. 부끄럽지만 그게 사실이었고, 그날 계산이 이후 자산 관리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순자산, 숫자로 처음 마주한 현실
순자산(Net Worth)이란 총자산에서 총부채를 뺀 값입니다. 여기서 총자산이란 부동산 시세, 현금, 예금, 투자 자산 등 내가 보유한 모든 것의 현재 가치 합계를 말합니다. 반대로 총부채는 금융기관 대출 잔액과 임차인에게 돌려줘야 할 보증금 반환 의무까지 포함합니다. 보증금이 통장에 들어와 있다고 해서 내 돈이 아니라는 점, 처음 계산할 때 가장 많이 헷갈렸습니다.
제가 직접 계산해 봤을 때 부동산 세 물건의 현재 시세 합계는 약 5억 4,000만 원이었습니다. 시세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과 부동산 앱을 교차 참고했고, 의도적으로 보수적으로 잡았습니다. 높게 잡으면 착시가 생기거든요. 여기에 예금과 비상금, 수리비 적립금, 보증금 반환 적립금까지 합산한 금융 자산이 약 3,300만 원이어서 총자산은 약 5억 7,300만 원으로 나왔습니다.
부채 쪽은 솔직히 숫자를 쓰면서 손이 무거웠습니다. 물건 세 개의 대출 잔액 합계만 2억 8,800만 원이었고, 임차인 보증금 반환 의무까지 더하면 총부채가 약 3억 1,900만 원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순자산은 약 2억 5,400만 원. 경매 공부를 시작하기 전 4,500만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년 사이에 약 2억 900만 원이 늘어난 셈입니다.
순자산 계산 시 반드시 포함해야 할 부채 항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금융기관 대출 잔액 (물건별 개별 확인 필수)
- 임차인 보증금 반환 의무 (통장에 있어도 내 돈이 아님)
- 미납 세금, 관리비 등 확정된 의무 지출
한 가지 더 짚고 싶은 게 있습니다. 부동산 자산을 취득가(매입 당시 낙찰가)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반드시 현재 시세로 계산해야 한다고 봅니다. 취득가로 잡으면 자산 규모를 실제보다 낮게 보거나, 반대로 가격 상승분을 인식 못 한 채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오류가 생깁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동일 면적·동일 단지라도 최근 거래가와 수년 전 거래가가 크게 차이 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출처: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현금유동성, 순자산보다 실제로 더 중요한 숫자
계산이 끝난 뒤 선배에게 2억 5,400만 원이라고 말했습니다. 선배의 다음 질문이 더 날카로웠습니다. "그중에서 지금 당장 움직일 수 있는 현금은 얼마예요?" 그 순간 말이 막혔습니다.
현금유동성(Cash Liquidity)이란 자산 전체에서 즉시 사용 가능한 현금의 비율을 의미합니다. 부동산처럼 팔아야만 현금화가 되는 자산은 유동성이 낮고, 예금이나 보통예금은 유동성이 높습니다. 금융 자산 2,200만 원에서 목적이 정해진 자금, 즉 공실 예비금·수리비 적립금·보증금 반환 적립금을 제외하면 실제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현금은 약 1,100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순자산 대비 비율로 따지면 약 4%입니다.
레버리지(Leverage)라는 개념도 여기서 다시 생각해봐야 합니다. 레버리지란 타인의 자본, 즉 대출을 활용해 자기 자본보다 더 큰 자산을 운용하는 방식입니다. 대출 2억 8,800만 원을 끌어다 쓴 덕분에 순자산이 빠르게 늘었지만, 반대로 금리 인상이나 공실 장기화 상황에서는 이 레버리지가 그대로 리스크로 전환됩니다. 실제로 금리가 1% p 오르면 이자 부담이 연간 약 288만 원씩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레버리지를 활용한 부동산 투자의 리스크를 순자산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저는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현금유동성 비율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 보유 비중이 높은 가계일수록 유동성 위기 시 자산 처분 압박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제 경험상 이 4%라는 숫자는 생각보다 위험한 수준이었습니다. 물건 하나에 예상치 못한 수리가 겹치거나, 임차인 두 명이 동시에 나가는 상황이 오면 버틸 여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후 현금유동성 비율 목표를 순자산의 8~10% 수준으로 잡고, 적립 속도를 의도적으로 높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이 계산을 한 번으로 끝내지 않기로 했습니다. 매년 1월 같은 항목으로 업데이트하는 루틴을 만들었습니다. 시세와 대출 잔액, 현금 잔고만 바꾸면 되기 때문에 30분이면 충분합니다. 연도별로 추적하면 자산이 어떤 방향으로, 어떤 속도로 움직이는지 눈에 들어옵니다.
숫자를 외면하면 막연하게 잘 되고 있다는 느낌만 남습니다. 직접 계산해 보면 뿌듯한 부분과 취약한 부분이 동시에 보입니다. 불편해도 보는 게 맞고,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의 수확이었습니다. 자산을 키우고 싶다면 지금 내 자산이 얼마인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계산 자체가 전략의 시작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또는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실제 투자 판단은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