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공부 7개월 차에 처음으로 입찰표를 작성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경매는 공부만으로 충분하다"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제 경험상 현장에서 봉투를 넣는 순간의 긴장감은 책으로 배울 수 없는 영역이었습니다. 결과는 3등, 낙찰받지 못했지만 그날 얻은 교훈이 훨씬 많았습니다. 입찰가를 어떻게 정했는지, 개찰 현장은 어땠는지, 그리고 낙찰받지 못한 것이 왜 오히려 다행이었는지 솔직하게 기록합니다.
입찰가 결정 — 한계 금액 원칙을 세우다
입찰가를 정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습니다. 처음엔 "감정가의 80% 정도면 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는데, 실제로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전혀 다른 그림이 나왔습니다.
국토부 실거래가 자료를 보니 최근 6개월간 같은 단지 거래가가 1억 8,500만 원에서 2억 원 사이였습니다(출처: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 네이버 부동산 호가는 2억 1,000만 원에서 2억 2,000만 원 수준이었고요. 여기서 시세를 보수적으로 1억 9,000만 원으로 잡았습니다. 호가가 아닌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삼은 이유는, 호가는 말 그대로 "팔고 싶은 가격"일 뿐 실제 체결가와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부대비용 계산이었습니다. 취득세와 법무사 비용으로 약 250만 원, 공실 상태의 노후 아파트라 수리비를 400만 원 정도로 잡았고, 기타 비용 100만 원을 더해 총 750만 원이 나왔습니다. 여기서 한계 금액(Maximum Bid Price)을 계산했습니다. 한계 금액이란 부동산 경매에서 입찰자가 절대 넘지 않겠다고 정한 최고 가격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이 금액 이상으로는 절대 쓰지 않겠다"는 마지노선인 셈입니다.
제 한계 금액은 시세 1억 9,000만 원에서 부대비용 750만 원을 뺀 1억 8,250만 원이었습니다. 이 금액을 넘으면 수익이 나지 않는 구조였기에, 이 선을 절대 넘지 않기로 스스로 약속했습니다. 최저입찰가는 1억 4,080만 원이었고, 유사 물건의 최근 낙찰 사례를 보니 낙찰가율이 85%에서 92% 수준이었습니다. 감정가 1억 9,400만 원 기준으로 85%는 1억 6,490만 원, 90%는 1억 7,460만 원이었죠.
고민 끝에 저는 1억 6,700만 원으로 결정했습니다. 한계 금액보다 1,550만 원 낮았고, 과거 낙찰 사례를 참고했을 때 낙찰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은 금액이었습니다. "낙찰받지 못해도 괜찮다"는 전제 아래, 원칙을 지키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개찰 결과 — 50만 원 차이의 의미
개찰 시간이 되자 법원 직원이 물건 번호를 호명했고, 입찰자가 총 세 명이라는 안내가 나왔습니다. 그 순간 심장이 빨라졌습니다. "세 명 중 한 명이 나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긴장감이 올라왔습니다.
결과는 이랬습니다. 1위는 1억 8,200만 원으로 낙찰, 2위는 1억 7,400만 원, 그리고 저는 1억 6,700만 원으로 3등이었습니다. 낙찰가 1억 8,200만 원은 제가 정해둔 한계 금액 1억 8,250만 원과 단 50만 원 차이였습니다. 한계 금액에 바짝 붙여 썼다면 낙찰받았을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고 그 결정이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낙찰가 1억 8,200만 원에 부대비용 750만 원을 더하면 실제 취득 비용이 약 1억 8,950만 원이 됩니다. 제가 잡은 시세 1억 9,000만 원과 거의 같은 금액입니다. 사실상 수익 여지가 없는 가격이에요. 일반적으로 "낙찰받지 못하면 실패"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제 경험상 과도한 가격에 낙찰받지 않은 것은 오히려 성공에 가깝습니다. 낙찰자가 박리다매로 산 것인지, 다른 계산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제 원칙을 지킨 것에 만족했습니다.
개찰 결과를 들으면서 아쉬움보다 "1억 8,200만 원이었구나"라는 관찰이 먼저 들었습니다. 감정이 아니라 숫자로 판단한 덕분에, 현장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배운 점 — 숫자가 감정을 이긴다
첫 입찰에서 낙찰받지 못했지만, 얻은 것이 훨씬 많았습니다. 다음은 그날 제가 몸으로 배운 세 가지 교훈입니다.
첫째, 서류 분석이 현장에서 맞아떨어졌습니다. 전입세대 열람에서 임차인 없음, 매각물건명세서에서 인수할 권리 없음을 확인했던 내용이 모두 정확했습니다. 공부한 내용이 실전에서 작동한다는 걸 처음 경험한 순간이었습니다. 이론과 현장이 일치하는 경험은 자신감을 크게 높여줬습니다.
둘째, 한계 금액 원칙을 현장에서 지킬 수 있었습니다. 입찰표를 작성하는 순간까지, 봉투를 넣는 순간까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감정이 아니라 숫자가 기준이 되면 현장에서도 원칙을 지킬 수 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만약 "이번엔 꼭 낙찰받고 싶다"는 욕심이 앞섰다면, 한계 금액을 넘겨서라도 입찰가를 올렸을 겁니다. 그랬다면 지금쯤 후회하고 있었겠죠.
셋째, 경매 시장의 경쟁 강도를 몸으로 느꼈습니다. "아무도 안 볼 것 같은 물건"이라고 생각했는데, 세 명이 입찰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제 한계 금액 바로 아래까지 써 온 사람이었어요. 경매 시장에 생각보다 분석을 잘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이건 책으로는 절대 배울 수 없는 감각입니다.
임장의 중요성 — 지도와 현장은 다르다
입찰 전 임장을 두 번 갔습니다. 처음엔 혼자, 두 번째는 스터디 선배와 함께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임장은 한 번이면 충분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제 경험상 두 번 이상 가는 게 훨씬 정확합니다.
첫 임장에서는 단지 외관, 역까지 실제 도보 시간, 주변 편의시설을 확인했습니다. 지도에서 "도보 8분"이라고 나와 있었는데, 실제로는 오르막 구간이 있어서 체감 시간은 11분 정도였습니다. 이런 디테일은 현장에 가봐야만 알 수 있습니다. 네이버 지도나 카카오맵의 도보 시간은 평지 기준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경사나 신호등 대기 시간은 반영되지 않습니다(출처: 국토지리정보원). 쉽게 말해 지도상 거리와 실제 체감 거리는 다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두 번째 임장에서는 선배가 관리사무소에 들어가서 체납 관리비를 직접 확인해 줬습니다. 체납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고, 추가로 복도 창틀 상태, 엘리베이터 점검 날짜, 입주민 분위기까지 체크했습니다. 선배 눈에는 제가 못 본 것들이 보였어요. 경험 차이가 이렇게 큰지 그날 처음 알았습니다.
두 번 보고 나서 "들어가도 되겠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만약 한 번만 갔다면, 오르막 구간이나 입주민 분위기 같은 세부 사항을 놓쳤을 겁니다. 임장은 물건을 보는 것만이 아니라, 내가 놓친 리스크를 찾아내는 과정입니다.
첫 입찰, 낙찰은 못 받았지만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은 많았습니다. 분석 → 임장 → 입찰가 결정 → 입찰 → 개찰의 전 흐름을 몸으로 경험했고, 한계 금액 원칙이 현장에서도 작동한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무엇보다 경매 시장의 경쟁 강도를 직접 체감한 게 가장 큰 수확이었습니다. 낙찰받지 못한 것은 실패가 아닙니다. 과도한 가격에 낙찰받지 않은 것은 오히려 원칙을 지킨 결과니까요. 다음 물건을 기다리면 됩니다. 그게 경매의 본질입니다.
참고: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 국토지리정보원